[Book Review] MIT Technology Review
2024년은 정치, 산업, 경제의 흐름이 급변하면서, VC 업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2023년, 상장 직전에 투자해서 상장만 되면 짧은 기간 동안 최소 20~30%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시기에는 펀드 소진 이슈가 있는 많은 하우스들에게 Pre-IPO 투자는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하지만, 2024년 증시가 빠르게 얼어붙었고, 상장 실패 리스크를 뚫고 상장이 되더라도 1~3달 락업 기간이 끝나면 주가가 반토막 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Pre-IPO 투자를 꺼리는 하우스가 늘어났다. 2025년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면 Pre-IPO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상장 시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Early-stage에 관심을 가지는 하우스가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나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성장하고 있는 산업 (e.g., 반도체, 2차 전지)과 기술 위주로 검토했다. 하지만, 다른 글 [1]에서 소개한 것처럼 세상에 없던 기술과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초기 업체에 투자할 펀드도 결성된 만큼 적극적으로 초기 업체를 발굴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초기 테크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서 1~2년이 아닌 더 긴 호흡으로 상용화될 미래 기술을 공부하면서 Top-down 발굴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MIT Technology Review를 구독해서 읽고 있었는데, 2 달마다 출간되는 매거진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첨단 연구 동향이 정리되어 있어서, 당장 상용화는 어려워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 기술의 리스트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2024년을 돌아보고, 2025년 이후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책으로 선택한 두 번째 도서는 MIT Technology Review고, 9~10월/11~12월 호 두 권에 소개된 Topic과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MIT Technology Review는 각 월호별 Special Issue 하나씩을 조금 길게 소개하고, 나머지 분량에 다른 Topic을 여러 개 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Special Issue 은 게임 개발에 적용되는 AI (9~10월), 다음 100년 기술 (11~12월)이다. 게임 기획 및 개발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관심 있는 분야다. AI를 활용한 기획 단계의 파라미터 설정부터 LLM으로 NPC들의 대사를 작성하는 스타트업 등 많은 기업들이 기존 게임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기존 기능을 AI로 대체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하여 기존에 없던 유저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예시로 사람 없이 AI NPC끼리 상호작용이나 이벤트를 생성하는 연구들도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게임 산업에 대해 공부했을 때도 많은 게임 업체들이 유저들의 몰입감과 매출의 극대화를 위한 NPC를 개발 중이라는 내용을 들었다. 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에 AI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MIT Technology Review가 주목한 또 하나의 연구 주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시작부터 이를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될지 다루고 있다. 특히, 유전자 편집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후손에 미칠 영향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움을 강조한다. 따라서,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배아의 유전자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형질을 개선해 주거나 희소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함을 언급한다. 현재 단계에서 성인의 유전자 편입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팔에 주사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유전자 편집 기술을 쉽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에서는 로봇,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현재 각광받는 기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9월~10월 호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봇의 하드웨어 관점에서 인간의 근육만큼 효율적인 구동기를 개발하지 못했음을 언급하며, 정지된 상황에서 토크를 발생할 수 있는 부품 등 미래 로봇을 위한 추가 하드웨어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 하나의 흥미로웠던 아이템은 '장기칩'이다. 동물 실험결과가 사람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몇 가지 장기세포를 하나의 칩에 배치하고 서로 화학적 통신과 약물을 적용하여 실험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장기를 Emulate 하는 칩의 높은 가격과 공급처 등 해결해야 할 이슈들도 잘 설명되어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보조금/세제 혜택 등을 적용하고 있는 산업 동향을 설명하고, 탄소 포집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석유 및 가스 산업 수명을 연장한다는 관점도 있음을 언급한다.
11~12월 호에서는 초강력 자석을 만드는 네오디뮴을 예시로 들어 희토류의 공급/수요 변동성, 이에 대응하는 재활용 기술과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의 개발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기차와 로봇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이와 관련된 희토류의 국제 공급망 이슈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의 원자재 공급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포인트로 보인다. 최근 AI 서비스 동향도 소개하는데, LLM 모델을 사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환각'의 원인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연쇄적 사고 프롬프트 기법', AI 모델이 생성한 데이터로 학습할 경우, 모델의 정확도가 낮아지는 문제와 대응 방안 등도 소개되어 있다.
최근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매거진에서는 광자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축하는 양자컴퓨터 업체 사이퀀텀과 구글이 발표한 오류정정기술을 소개한다. 사이퀀텀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시스템 조립에 시간을 쏟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대규모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업체의 기술력을 측정하기 힘들다는 이슈도 있음을 지적한다. 이처럼 양자컴퓨터의 큰 문제인 양자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데, 구글은 72개 물리적 큐비트로 구성된 논리적 큐비트보다 105개의 물리적 큐비트로 구성된 논리적 큐비트가 오류 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리적 큐비트를 결합하여 양자컴퓨터 규모를 스케일 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리뷰[2]에서도 정리했듯이 '오류 발생이 적은 동시에 큐비트 수를 스케일 업하여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양자컴퓨터 기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최근 리게티, 아이온큐 등 양자 관련 업체들이 제2의 엔비디아를 꿈꾸면서 주가가 매우 가파르게 오르고, 블록체인도 다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극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은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Conclusion
현재 성장하고 있는 산업을 보기 위해서는 최신 뉴스나 기술 동향 보고서를 찾아보고, 미래 주목받을 산업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MIT Technology Review를 읽는 중이다. 미래 기술을 다루다 보니 현재 단계에서는 공상과학 같은 내용들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 성장 중인 산업들도 과거에는 공상과학 같은 연구들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술 연구에 대한 모니터링은 꾸준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단, 매거진에서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 이런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의 리스트 정도고, 각 분야의 추가적인 연구 방향 및 현실 가능성과 상용 시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뇌에 담긴 정보를 시각화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소개되는데, 현재 연구 동향과 추가로 넘어야 할 허들, 상용화 시점과 기술의 파급력 등을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Next 반도체, Next 2차 전지 등 시대를 바꿀 다음 섹터를 찾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매거진이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ference
[1] 투자에 대한 아주 작은 고민 :: Investment with engineering-ladder
투자에 대한 아주 작은 고민
연구직에서 VC로 업을 옮긴 지 1년이 조금 넘은 2024년도 벌써 9월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신없이 상반기 투자를 마무리하고, 손에 들고 있는 딜 중 4분기는 어떤 투자를 할지 정리하는 나
engineering-ladder.tistory.com
[2] [양자컴퓨팅] 주요 원리와 기술 동향 :: Investment with engineering-ladder
[양자컴퓨팅] 주요 원리와 기술 동향
양자컴퓨팅은 기술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최근 기술 발전과 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하거나 수백 년
engineering-ladder.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