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망 중립성이라 함은 통신사가 유튜브, 아프리카 TV같은 콘텐츠 제공 사용자(CP)와 다른 이용자에게 평등하게 통신망을 공급해야한다는 의미다. 얼핏 듣기로는 몹시 당연하고, 이게 논란의 여지가 된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시대 그리고, 5G 시대에서는 이 개념이 큰 이슈를 낳을 수 있다. 먼저, 망 중립성은 원칙적으로 통신사가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서 User에게 다른 데이터 속도, 망 이용료를 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CP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서 이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어서, 5G망에 투자를 했다. 앞서 말한 주파수 할당 비용, 5G 기지국을 전국에 세우는 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큰 사업이다. 이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 통신망 이용요금 체계도 조금 유연하게 손을 대고 싶은데, 망중립성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Youtube의 동영상,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트래픽이 폭증하는데, 이 트래픽 컨트롤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는 기존 망 중립성을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 사업자 (CP)의 입장은 이와 정 반대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보 평등권’이라는 숭고한 개념을 들고 나온다. 통신사들이 데이터 트래픽에 가격을 부여하게 되면 자금이 넉넉한 기업들만 통신사들과 제휴하면서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네이버 NOW에서 요금차감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CP들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다. 통신망은 어떻게 보면 나라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띄는 산업이기 때문에 이를 금전적인 문제와 엮어서 독과점적으로 제공하는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라도 망 중립성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입장 모두 듣고보면 그럴듯한 생각이다. 하지만, 망중립성은 폐지되거나 완화되는 추세로 갈 것 같다.

 

먼저, 정책적인 이유다.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들이 동영상 위주의 데이터로 바뀌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코로나 시대에서 언택트 기술들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이 생기면서 트래픽이 발생하고, 이런 상황이 심해질수록 망 중립성과 데이터 비용청구를 누구한테 해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생겨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FCC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 중립성 폐기를 언급하고 있다. 원래 모든 기술적 이슈의 시작점은 미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논의 초반에 망 중립성과 함께 얘기하기로 했던 5G의 기술적인 이슈다. 5G에서는 각 서비스를 위해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Network Slicing이라는 기술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누워서 가고 있는데, 옆의 도로에서 100명의 보행자들이 Youtube를 켰다고 가정해보자. 주파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네트워크 망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보행자들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자율주행차가 사용할 주파수 자원을 뺏어가버렸고, 자율주행차는 전방에 있는 차량에서 보낸 긴급 제동 신호를 받지 못해서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Application의 중요도, 산업의 특성상 통신의 서비스 품질 (QoS)를 보장 받아야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별도의 네트워크 망을 확보하는 Network Slice기술이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의 원칙하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기술적인 이슈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망 중립성 유지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