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종류와 시장 동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3년 5월 10일 (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났다. 메모리 사업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지만, 새로 진입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부품 시장은 2024년 약 520조 원, 약 9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내연기관 자동차만 있던 시기부터 차량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던 NXP, Infineon, Texas Instrument 등의 점유율이 높지만, 최근 급성장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차량 반도체 업체들도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자동차 업체와의 신뢰관계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이나 전기차 같은 새로운 흐름 속에서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이번 글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으며, 관련 기술 및 투자 동향에 대해서 정리하려 한다.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이어지면서, 차량 반도체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폭발력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Engine'이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를 바꾸는 'Motor'로 대체되었다. 또한,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한 사용자에게 다양한 Application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In-vehicle Infotainment (IVI) 반도체의 중요성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차량 구조 변화에 따라 필요한 반도체의 수와 비중에 변동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의 종류에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칩(PMIC),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전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있고, Main Chip이 구동하기 위한 Driver IC,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Sensor 등도 필요하다. 적용 분야로 보면, 첨단운전보조장치 (ADAS)와 관련된 반도체의 비중이 약 20%로 가장 높고, Chassis, Infotainment, Power Train 등의 비중이 약 14~17% 정도로 비슷하다. 이처럼 예전부터 있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지만, 2022년 차량 반도체 공급망 이슈로 역대급 품귀현상을 겪으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고, 이를 생산하려는 업체들이 적었던 이유는 차량 반도체의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모바일용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 훨씬 Harsh한 온도에서도 작동해야 하며, 수명도 10년 정도로 길어야 하며, 동작의 실패 허용 오차도 0%에 근사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업체들의 원가절감 요구로 인해, 부품 가격은 업사이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설계와 생산에서 높은 기술력을 요하지만, 마진이 많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개발/생산하는 업체가 적고, 품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더 나아가, 보수적인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신규 업체들이 완성차의 공급망에 들어가기 쉽지 않기에 변화가 적었다. 

 하지만, 차량 생태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면서, 차량 반도체 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의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 개발되고 있으며, AI 연계가 필수적인 새로운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과는 아예 다른 형태의 차량인 UAV에 대한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면으로 차량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에서 차량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폼팩터 전환에 따라 차량 반도체 가격과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대기업들에서도 적극적인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Apple에서도 2026년을 목표로 애플카를 출시할 예정이며, 엔비디아/퀄컴도 Automotive와 관련된 Chipset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팹리스 LX세미콘도 차량용 MCU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텔레칩스도 이와 관련된 Chipset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스타트업 팹리스/디자인하우스의 차량 반도체 시장 진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런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좋은 투자 기회를 잡아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