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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동향 및 개인적인 생각투자 및 기업분석 2023. 11. 12. 10:10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일부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 것에 비해서 반도체 Sector에서 투자는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보더라도 괜찮아 보이는 딜에만 투자금이 몰리는 것 같긴 하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분야와 팹리스/디자인하우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투자권유 X)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과거 몇 개월 동안 투자업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반도체 분야는 CXL (Compute Express Link)인 것 같다. 폰 노이만 구조상 연산을 담당하는 Processor (e.g., CPU/GPU)는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읽어와서 연산을 하는데, 데이터가 커질수록 필요한 메모리가 커진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메모리가 Processor 옆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24시간 계속 무거운 연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Processor에 연결된 메모리가 놀게 되는 Overprovision이 발생하게 된다. 안 그래도 비싸고 공급이 어려운 메모리인데, 메모리를 놀릴 수 없는 엔지니어들은 대용량 메모리를 여러 Processor (Node)에 연결시켜서 유연하게 메모리를 써보자는 연구가 이루어진다. 단순하게 여러 프로세서에 커다란 메모리를 연결시켜 두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신호를 Switching 하면서 안정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는 Interface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지원하는 Interface가 CXL이다. CXL를 위해서는 HW/SW를 통합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CXL을 연구하는 KAIST 정명수 교수님이 창업한 파네시아라는 업체는 창업과 동시에 Seed 투자 Value로 약 1,000억 원의 Value를 인정받으면서, 160억 원을 유치한다. [1] 100억 원 내외의 Value에서 Seed 투자를 유치하고 Value up을 하려는 많은 스타트업이 들으면 허무할 정도로 높은 Value지만, 수 천억의 Value로 후속 유치를 받고 있는 팹리스 업체들을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높은 Value를 인정받은 배경에는 Seed 단계임에도 높은 시스템 구현 능력과 세계적인 학회에서 인정받은 솔루션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의 김진영 대표가 이끄는 메티스엑스도 약 85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2] 두 기업 모두 다 시드 투자 단계지만, 높은 기술력, 폭발적으로 시장하는 시장, 글로벌 IT업체들과의 논의가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것 같다. 이 밖에도 차량용 SoC를 개발하는 보스반도체가 SAFE 방식으로 100억 원 이상의 Pre-A 투자를 유치했고 [3], 망고부스트도 약 4,000억 원 Value로 투자 유치도 성공하는 등 [4] 팹리스 시장에서는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먼저 투입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팹리스는 바이오와 비슷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이오는 '성공/실패'의 여부가 임상 성공 여부로 거의 정해진다면, 팹리스는 칩을 찍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요처와의 계약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내가 현재 트렌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반도체를 찍어도, 실제 수요처가 이를 사용해주지 않는다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몇 년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 칩을, 미리 사주겠다는 업체는 많지 않지만, 최근 글로벌 IT 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최적화된 칩을 찍기 위한 여러 선행 개발들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5] 따라서, 잠재적인 수요처 파이프라인의 요구사항을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고,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결국은 팹리스든 디자인하우스든 IP업체든 최종 수요처의 PO가 모든 매출의 시작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 구조는 수요처와의 소통에서 나온다. 11월 13일에 코스닥에 입성하는 에이직랜드 [6]나 올해 9월 130억의 투자를 받은 수퍼게이트가 수요처와의 꾸준한 소통을 통한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강점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 안정성을 갖고 있으며, 사업을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는 칩리스 및 디자인하우스와 약간은 모험적이지만 업사이드가 높은 사업구조인 팹리스 모두 반도체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나라에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이런 비상장 업체들을 잘 발굴하여, 자금이 흘러가게 하고, 같이 Value-up 시켜서 공모시장에 올려 보내는 것이 Venturecapitalist의 역할인 것 같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올라갈 텐데, 사업의 영속성이 너무 낮으면, 공모를 통해 들어오는 일반 주주들이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에 실망하고, 이는 반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성이 좋고 Potential 높은 업체들이 높은 Value를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강한 반도체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투자보다는, 사업의 영속성 및 성장과 관련된 마일스톤을 세우고, 마일스톤이 어느 정도 달성될 때 다음 Value를 인정해 주면서, IPO까지 노려보는 사업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Reference
[1] https://zdnet.co.kr/view/?no=20230915105015
[2] https://www.etnews.com/20221208000143
[3] https://zdnet.co.kr/view/?no=20230804164822
[4]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91909164093736
[5] https://www.i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782
[6]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23798
[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9060942584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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