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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Review] 칩워 (Chipwar)
    책 리뷰 2024. 10.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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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조용히 카페에 앉아 책을 읽던 중,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앞으로 반도체를 둘러싼 정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연구직에서 투자업으로 포지션을 옮긴 이후,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국가와 기업 간의 이해관계도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낀다. 따라서, 최근에는 투자하려는 기술을 둘러싼 산업과 정치 역학 등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번에 소개할 '칩워 (Chipwar)'는 반도체라는 개념의 시작부터 현재의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되기까지의 스토리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각 국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시장을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었다. 

     작가는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냉전으로 인트로를 시작한다. 반도체는 수많은 무기에 활용되었고, 무기 외에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국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군사력, 우주력 경쟁을 시작하였고, 산업의 첨단화가 이루어질수록 소련은 군사력과 우주력의 핵심 기술인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반도체는 다른 산업보다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산업이었다. 설계 도면을 가져와서 그대로 베낀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으며, 머리로는 이론을 알고 있어도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이테크놀로지는 단기간에 한 국가의 힘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다. 소련은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 진영의 공급망 배제로 인해, 반도체 기술 부흥에 실패한다. 반도체는 각 요소 기술들의 구현 난이도로 인해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우며, 많은 기업들이 기술 발전에 대한 도전과 실패 이후에 조금씩 진전을 이뤄갔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기술 확보 성공/실패 여부에 따른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풀어나간다.

     트랜지스터의 등장과 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 IC)의 탄생과 불량률을 내리기 위한 노력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기 위한 과정들이 묘사되어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공정 전문가인 모리스 창이 파운드리의 절대강자인 TSMC를 창업하게 된 스토리, 인텔과 엔비디아 같은 거대 반도체 회사의 탄생 등도 잘 서술되어 있다. 주로 앞부분은 포토 공정을 포함하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리콘밸리에서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소개된다. 이렇게 반도체가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이후에는 소련, 일본, 중국 등 패권 장악을 위한 노력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등도 소개된다.   

     1980년대부터 일본이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일본의 전자제품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지만, 이는 미국의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주요한 포인트가 된다. 미국은 일본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로 결정하고, 1986년 미일 무역 반도체 협정을 맺어, 일본은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주게 된다. 이때 얻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또한, 현재 EUV 등 노광장비를 ASML이 대부분 독점하고 있는데,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역사적인 배경에도 일본을 의식한 미국이 일본의 포토 기업 대신  ASML 지원하는 등 정치적인 요소들이 작용했다. 미국은 가능하면 자신들이 반도체의 핵심 전부를 개발 및 생산하기 원하지만, 직접 공급이 어려울 때는 미국에 유리한 기업을 지원하되, 최대한 빨리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이어나갔다.  

     빠르게 바뀌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 강대국 G2가 미국/소련에서 미국/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 또한 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추진한다. 산업스파이로 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순히 설계도 일부를 훔치는 것으로는 여러 기술과 소/부/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반도체 경쟁력을 따라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밖에도 중국이 시도했던 반도체 굴기 및 국가/기업 간의 패권 경쟁을 칭화유니그룹 메모리사업 백지화, SMIC의 7나노 공정 등 다양한 예시로 잘 설명했다.

     이 책에는 대만/중국 리스크를 포함하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중요 토픽들에 대해서도 잘 정리가 되어있다. 저자인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 국제정치 전문가이지만 기술과 Value-chain에 대해서도 깔끔한 정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산업을 바라보기에 좋았던 것 같다. 여러 역사적인 이벤트를 중심으로 국가 간의 패권 다툼에 대해 설명하였고, 요소 기술들에 대한 내용도 읽기 쉽게 저술되어서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반도체 섹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보면, 미국의 기술력을 넘보려는 국가들은 바빌론 탑을 쌓던 사람들처럼 강한 견제 속에 힘을 잃었다. 이 책에 소개된 반도체 산업에서는 소련, 일본 등이 제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중국이 견제를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힘이 다른 국가들을 압도할 때는 그나마 신사적으로 기술/가격 경쟁을 유도했지만, 경쟁 우위에서 밀린다는 판단이 들면 미국은 주저 없이 정책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최근에도 미국은 전 산업에 걸쳐 리쇼어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살포하여 미국 내 생산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 효과만이 아니라 자국내 생산에서 기술진이 미국에 뿌리내려 주요 기술력도 미국으로 흘러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TSMC 유치 등 국가 단위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으며, 대만,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보조금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보조금 대신 '신사답게' 기술력으로 승부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에 비해서 메모리 이외의 산업 생태계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훌륭한 논문과 칩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해줄 수요처들도 (e.g., AWS 같은 CSP) 대부분 미국 기반의 빅테크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Chipwar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른 곳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승리하길 기대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산업을 적극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기업들끼리는 메모리 강점을 살려 CXL을 공동 개발하거나, 칩렛 설계에서 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와 공동개발을 하거나, 차량용 반도체 등 기업 간에 기술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여러 정책 카드 (e.g., 설계 지원금, 칩 수요처 연계)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hipwar라는 전시상황에서 기업의 자체 생존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연구개발비 지원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연합군이 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Reference

    [1] [인터뷰] ‘칩워’ 저자 크리스 밀러 “SMIC 7나노 칩, 대중 제재 빈틈 방증…中 하이엔드 메모리 기술 확보가 韓 기업 최대 리스크” - 조선비즈 (chosun.com)

     

    [인터뷰] ‘칩워’ 저자 크리스 밀러 “SMIC 7나노 칩, 대중 제재 빈틈 방증…中 하이엔드 메모리

    인터뷰 칩워 저자 크리스 밀러 SMIC 7나노 칩, 대중 제재 빈틈 방증中 하이엔드 메모리 기술 확보가 韓 기업 최대 리스크 반도체 패권 경쟁 다룬 칩워Chip War, 반도체 업계 필독서 돼 미·중 대결,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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