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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Review] 투자의 진화
    책 리뷰 2024. 2. 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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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지니어에서 VC로 업을 옮긴 지 1년이 조금 안 되었는데, 지식, 경험을 포함하여 모든 면에서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직접 발굴한 업체의 투자도 진행해 보았지만, 투자를 했으면 한대로, 안 했으면 안 한 대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기 위해, 서점을 찾았고, 눈에 띈 책 한 권을 구매했는데, 제목은 '투자의 진화'다. VC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00년대 중반부터 비교적 최근의 이슈에 이르기까지 벤치마크, 세쿼이아캐피탈 같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VC와 창업자 사이의 투자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VC는 이래야 한다!'라는 결론은 없어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던 책이기에 이 글을 통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의 흐름은 VC들이 각 기업에 투자할 당시의 내부 경영사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모든 케이스를 나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고,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p.85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가는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전략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들이 자금을 낭비하지 않게 하고, 긴박감을 조성하고, 때로는 "그렇게 하면 무엇이 좋아집니까?"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깊이 검토하지 않고 내놓은 제안을 압박하기도 한다."

     업체를 검토할 때, 창업자를 봐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는 점이지만, 창업자의 무엇을 봐야하는지는 이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세워가고 있는 중이다. 몇 번의 만남으로 창업자의 인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고, 너무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계획 중인 사업이 고객사의 변심 등으로 문제가 생길 때의 Plan B를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인지,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상장사를 운영할 카리스마와 경영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나만의 감각을 만들어 보는 중이기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는 문구였다.

    p. 95 "이제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가들이 투자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책에는 유명하고 포텐셜이 엄청났던 구글, 페이스북 등의 스타트업들이 소개된다. 이런 업체들은 VC들이 투자금을 제발 받아달라고 사정을 해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현재에도 적용되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네임밸류가 좋은 하우스나 사업에 도움이 되는 SI들이 유리한 것 같다. 네임밸류가 좋은 하우스들은 마케팅 용으로도 좋고, 포트사끼리의 연결도 되니 장점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 208 "투자자들이 Go의 현금이 거의 바닥났다고 생각하면, 계속 기다리려고 할 것입니다.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모두가 겁을 먹게 됩니다."

     가끔 적자폭이 크지만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Value를 높게 라운드를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시장이 좋을 때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경쟁자들이 추가로 진입하거나 시장이 조금 얼어붙은 상황에서 펀딩이 한 번 안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Value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 때는 나도 처음에 생각했던 Value까지 내려와도 투자를 망설이기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이렇게 소문이 난 업체는 근 시일 내에 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미 신뢰에 금이 가서, 다음 투자를 받거나 상장을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p. 348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강한 확신을 가졌을 때 남들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랜드슬램의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틸은 테이블 위에 칩을 쌓아둘 태세가 되어 있었다."

     저번에 리뷰한 헷지펀드 열전 [1]에서도 강한 확신이 들었을 때는 과감한 배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C도 정말 강한 확신이 들었을 때는 펀딩 금액을 크게 넣거나,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한다. 해당 투자로 인한 수익도 빨리 낼 수 있고, 투자의 규모도 훨씬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만큼, 투자를 실패했을 때의 헷징이 안되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한 LP와의 관계가 많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아직은 그 정도까지 강한 확신이 드는 업체를 만나지 못했지만, 투자에 대한 능력과 자신감을 길러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보고 싶다.

    p.410 "어떤 분석가는 쟁점의 양쪽에 있는 주장을 모두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벤처투자자가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심리 차이를 정의했다. 결국 벤처투자는 혼란스러운 정보에서 "예" 또는 "아니요" 둘 중 하나로 답하는 무시무시한 도약으로 귀결된다."

     개인적으로 투자할지 말지에 대한 결론을 Yes or No로 확실하게 내려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직 투자의 기준을 세우는 중이어서 그런지 딜의 장단점은 매우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도 '확실하게 투자해야 합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누가 봐도 좋은 클린 딜은 거의 없으며, 있어도 딜을 따오기는 쉽지 않은데, 투자를 검토할 때는 예상되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해야 할지 결정의 순간이 계속 온다. 따라서, 나만의 투자의 가치관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하되, 투자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P.413 "벤처투자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은 자금을 한 번만 지출하게 한다. 그러나 100배의 수익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놓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

    위의 내용과도 연결되지만, 투자를 실패했을 때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투자 실패임을 인지하고, 리스크 있는 투자를 무작정 기피하는 것이 아닌, 투자관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추가적으로, 이 책에서는 VC들이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역량을 총동원해서 투자기회를 찾고,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Value-up을 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회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세상을 바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보는 딜은 클럽 딜이 많고, 사후관리 및 경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일부 지분 투자를 하고 빠른 IPO를 통한 Exi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3% 내외의 지분투자를 하기 때문에, 완전 초기에 투자해서 경영진과의 친분이 있지 않는 이상,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힘들다. AC와 VC 역할을 같이 하는 하우스나, 오히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들이 이 책에 소개된 VC들과 비슷하게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해외 VC들도 큰 손실을 보는 투자도 많이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답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하나인 손정의는 위워크에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해서 대규모 손실을 보았으며, 국내에도 초기에 투자해서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낸 VC 선배들도 있다. 미국과 한국은 투자 환경도 다르다. 국내의 중소 제조 기업들은 대기업의 Value-chain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치가 평가되고, 국내 시장이 해외에 비해 많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사이드가 제한적이고,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다는 점 등 미국의 VC 생태계와는 다른 점들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VC들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점이다. 액셀은 평소의 '준비된 마인드' 훈련을 통해 어떤 섹터, 어떤 투자든 고민만 하다가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케이스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 훈련은 실패한 투자에 대한 피드백 뿐만 아니라, 기회를 인식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피드백도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후자에 대한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투자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결정은 투자를 하는 것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VC로써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 검토 시 빠르고 분명한 결단을 내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Reference

    [1] https://engineering-ladder.tistory.com/138

     

    [Book Review] 헤지펀드 열전

    2023년 연말 연휴 기간 동안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눈길을 끄는 책 한 권을 사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헤지펀드 열전'이라는 책으로 '신보다 돈이 많은 금융시

    engineering-ladd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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