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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Review]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5
    책 리뷰 2024. 12. 25. 18:03

     2024년 한 해는 정치, 산업, 경제에서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고, 일부 이슈는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다툼이 있는데, 대형 사모펀드 MBK가 경영권 인수를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를 단행하였고, 공개매수의 영향으로 고려아연의 주가는 몇 주 동안 2~3배 이상 뛰어올랐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이 경영권 인수전은 재벌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던 국내 사모펀드로서는 드물게 공격적인 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최근 사모펀드들의 투자 현황, LP들의 출자 동향, 금융 정책 등을 소개하며 MBK가 단행한 과감한 행보의 배경 중 하나를 설명한다. 사모펀드는 상장주 바이아웃, 메자닌, 비상장 투자 등 다양한 방법과 딜 구조로 안정적인 수익을 지향한다. 투자 규모도 작게는 몇 백억에서 조 단위 딜도 있기 때문에 경제와 투자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2025년 한 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시장의 원리를 파악하고, 주요 플레이어인 사모펀드의 현황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24년을 돌아보며 2025년을 전망하는 세 번째 책으로 고른 책은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5'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2년 전후와 다르게 금리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하고 있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들의 기업가치도 낮아진 기업들이 많아졌다.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얘기는 투자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의 위험도 있음을 의미한다. LP들의 자산 분배의 관점에서 사모펀드는 수익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포션으로 할당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만은 피해야 한다. (VC도 무조건 원금 손실은 피해야 하지만, PE는 조금 더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자산을 분배해야 하는 LP들의 입장에서도 굳이 다른 GP를 발굴해서 출자를 하기보다는 사고도 안 치고, 출자를 해줘도 잡음이 없을법한 빅하우스 위주에 출자를 하고 있다. (이는 최근 VC에도 적용되는 얘기인 것 같다.) 따라서, 중소형 PE들의 펀드레이징 허들도 올라갔고, 인수금융을 활용한 바이아웃 빅딜도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예시로 책에서는 담보가 있는 채권 투자 성격이 강하고 '중위험 중수익'을 타겟으로 하는 크레딧 펀드의 비중이 늘고 있음을 언급한다. 크레딧 펀드는 유동화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 가능하며,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및 규제로 투자하지 못하는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크레딧 펀드의 지분 투자의 기대 수익률 15%와 선순위 대출 기대 수익률 6~7% 사이를 타겟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많이 없는 투자 방식이었지만 최근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인해, LP들의 출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스틱의 차바이오텍 EB (교환사채) 투자 등 상장사 EB 발행 소식이 많이 들리는 것 같다.)

     책에서 주목한 2024년 M&A 포인트는 SK, 카카오, 두산 등 그룹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계열사 매물의 등장이었다. SK는 수 백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관리 가능한 범위로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SK온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관계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매물로 나오는 관계사들 중 알짜 회사로 분류되는 회사들도 있는데, 대형 사모펀드의 입장에서는 Value-up이 가능한 업체들을 찾아내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 VX를 포함하여 여러 계열사를 매각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계열사 몇 곳은 FI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Exit을 위한 상장이 필요한데, (투자 조건 중 IPO 풋이 걸려 있다면 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계열사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책에서는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AI, 반도체 등 딥테크 위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들 (e.g.,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의 주요 포트폴리오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국내 주요 AI 반도체 팹리스인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 딥엑스의 투자동향에 대해서도 소개하면서 조금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요즘처럼 펀딩이 어렵고, Value가 너무 높아진 상황에서 AI 반도체 팹리스들이 수요처를 빠르게 확보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시련의 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밖에도 바이오, 로봇 등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PE들의 투자 동향도 다루고 있다. 그중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PE들의 특성상 바이오도 어느 정도 사업 모델 (e.g., 신약 개발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함을 보여서 수익을 내는 업체 (e.g., 리가켐바이오)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짐을 언급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각의 딜이 어떤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 포인트를 고려하여 성사되었는지 알기 어려웠던 점인데, 공개된 정보로 이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투자 의견을 정리해보려 한다.

     책의 말미에는 몇 가지 2025년 투자 전략 몇 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그중 한 가지가 해외 사모펀드에서 주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생성형 AI 자체를 개발하는 업체에 투자하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인프라, 서비스 등에 간접 투자하는 전략이다. AI에 대한 간접투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며, 이는 한국 시장에 더 부합한 내용 같다. 생성형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수익화까지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국산 AI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Approach는 시장도 작을뿐더러,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개발된 해외 기술이 국내로 진입하는 전략에 너무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AI 인프라 최적화 SW나 국내 특정 도메인 특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 업체들이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하나는 C-커머스 진입에 대한 간접 투자 전략으로 물류 시스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C-커머스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 및 고도화하는 작업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부분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AMR을 이용한 물류 및 창고 자동화 시스템은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난 레드오션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곧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Conclusion

     이 책을 관통하는 몇 가지 포인트는 크레딧 펀드 등 안정성을 더 강조하게 된 PE투자와 빅하우스 위주의 펀드 레이징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VC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은데, 유동성 파티가 끝난 이후, VC와 PE 모두 좋은 신규 딜은 찾기 어렵고, 손실 나는 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과 연결되는 것 같다. 펀드레이징이 어려워지면서, 큰 펀드를 만들기 어려운 PE들은 VC들이 투자하는 Stage까지 내려왔고, 업체 미팅에서도 한 번씩 마주치는 것 같다. VC와 PE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이 책은 투자 시장의 원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최근 주목받은 사모펀드들의 다양한 딜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최근에는 기술 위주의 투자를 하는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등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딜의 개요에 대해서만 소개가 되어있기 때문에, 별도의 자료 서치 및 스터디를 해볼 예정이다. 현재 VC 투자를 하고 있다고 VC 딜만 스터디하는 것이 아니라, PE 딜과 생태계도 꾸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최근 PE 업계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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