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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SP 기업 분석과 매각 딜투자 및 기업분석 2025. 1. 27. 17:21
2024년 11월부터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 HPSP의 최대주주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40.9%의 매각을 추진 중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최소 1조 규모의 메가 딜이 예상되는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 PE)가 HPS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 국내 사모펀드 중 테크에 강점을 가지는 기관들의 딜이기도 하고, 특히 반도체 장비 딜이다 보니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업 분석 및 매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HPSP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인 고압수소어닐링 장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는 업체로,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회로 패턴이 미세화되면서, 반도체 소자 계면 결함 (Interface Defect) 이슈가 심화되고 있는데, 동사의 고압수소어닐링 장비가 계면 결함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동사의 제품과 경쟁력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Inferface Defect의 원인과 기존의 해결방법에 대해 조금 정리해보려 한다.
Interface Defect(계면 결함)은 서로 다른 물질이나 층이 만나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결함으로, 결함의 주요 원인으로는 서로 다른 재료의 결정 구조가 맞지 않아, 격자 변형이나 계면 응력이 발생하는 격자 불일치 (Lattice Mismatch)가 있다. 또는, 각 층별 소재와 열팽창 계수가 다르기 때문에 온도 변화 시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 기판 표면에 이물질(산화물, 유기물 등)이 남거나 예상치 못한 화합물이 형성되는 경우, 계면 근처에서 원자 간 결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이 발생할 때, 계면에서 결함이 발생한다.
계면 결함이 발생하면, 전자나 정공이 갇힐 수 있는 트랩 상태(trap states)를 만들어지고, 디바이스 동작 시 전하 이동을 방해하거나 신호 왜곡을 유발한다. 예를 들면, 계면에서 끊어진 결합이 전자와 상호작용 (Dangling Bond)이 발생하거나, 계면의 금속 이온 등으로 인한 산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자의 이동도가 감소하고, 누설전류가 증가하는 이슈가 생긴다. 최종적으로는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동작에 문제가 생기거나 출력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계면 결함으로 인한 문제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소자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함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 개발되었고, 그중 어닐링(Annealing) 공정은 고온에서 열처리를 통해 재료의 물리적, 화학적, 전자적 특성을 개선한다. 어닐링 공정에서 높은 온도는 결정격자 내 원자들의 이동성을 증가시켜, 격자 구조를 복원하며, 계면 응력을 줄인다. 고온에서의 에너지는 계면 결합을 재배열하여 dangling bond(끊어진 결합)를 제거하고, 안정적인 화학 결합을 형성한다. 단, 너무 높은 온도에서 처리하면 새로운 결함이 생길 수 있으며, 특정 재료는 고온에서 변형이 생길 수 있다. (고온 어닐링 장비 업체로는 램리서치 (Lam Research),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Applied Materials)등이 있다.)
반도체 전공정 Process (출처: 동사 IR자료) 이와 비교하여, 동사에서 주력으로 개발하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450℃ 이하의 온도 환경에서 100% 수소농도를 유지하여 어닐링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동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타사의 고온 어닐링 장비의 경우 600℃ 이상의 온도에서 어닐링이 진행되어 Metal Gate 및 금속배선에 변질을 유발하며, 공정미세화 어닐링에 미흡한 수소농도를 가지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동사의 장비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28㎚ 이하 공정을 기본으로 2㎚ 이하의 최선단 공정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1 기압~25 기압까지 고압가스를 사용하므로,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고압 용기에 대한 운영 노하우 및 고압에 대한 인증이 필요하다. 동사가 2022년 발표한 IR자료를 보면, 동사의 장비를 사용하면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동전류 및 집적회로 성능이 약 10~15%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온 어닐링 장비의 전체 시장 규모가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와 고유전율(High-K) 물질의 사용 증가로 인해, 저온에서 효과적인 수소 어닐링 장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기존 SiO2 대비 유전율이 5배 향상된 High-K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 High-K 절연체의 물리적 특성과 반도체 공정에서의 특이성 때문에 계면 결함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계면 결함은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첨단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회사에서는 동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동사 사업보고서) HPSP를 분석한 여러 증권사 Report들은 동사의 매출이 Logic와 메모리가 대략 6:4 정도로 보고 있다. 두 종류의 첨단 반도체 모두 미세화되고 있으며, 3D 집적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3D 집적화가 이루어질수록, 계면의 수도 많아지고, 열적 공정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Interface Defect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첨단 반도체 공정이 개발될수록 계면 결함을 치유하기 위한 어닐링 장비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TSMC는 실적 발표에서 Capex 투자 상향 계획을 밝혔고, 마이크론은 2025년 회계연도에 약 140억 달러(±5억 달러, 약 20조 4,2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72.8% 증가한 금액이다. [2] 이 외에도 일본의 라피더스 등 많은 해외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Capex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 공정에 필요한 수소 어닐링 장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동사의 실적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HPSP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2023년부터 예스티와 진행한 특허 무효소송이 있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사실상 HPSP의 독점 구도였으나,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인 예스티가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개발을 통해 [3], 국내 주요 메모리 기업과 퀄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스티의 퀄 테스트가 통과한다면, HPSP의 독점 구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동사 입장에서는 예스티와의 경쟁 과정에서 점유율만이 아니라 ASP (판매 단가)가 낮아질 가능성도 발생한다. 동사는 2023년 예스티가 자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소를 제기하였고, 예스티는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소송과 '자신의 발명이 특허권의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소극적 권리범확인심판을 제기했다. [4] 2024년 말, 특허심판원은 HPSP의 특허 무효심판에 대한 예스티의 청구를 기각했으며,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해서도 각하를 했다. [5] HPSP는 이를 두고 모든 이슈에 대해 HPSP가 승리하였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예스티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정보 제공을 하였기 때문에 내려진 보류 결정일 뿐이라 밝히며,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팹을 가진 기업들은 예스티가 승소하길 기대했을지 모른다. 대부분의 핵심 장비는 공급 다변화 및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듀얼밴더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독점 구도를 깨고 싶었을 것이다. 예스티가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이는 특허 소송이 HPSP 승소로 최종 마무리될 경우, 예스티는 특허를 회피하는 기술로 장비 설계를 다시 하여 퀄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 몇 년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HPSP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송 흐름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예상 실적을 매출 약 1,766억에 영업이익 약 901억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비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다는 점에서 독점적 지위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쓰는 2025년 1월 초에는 시가총액이 약 2조 8천억 정도인데, 독점적 지위고, TSMC 向 매출이 있다는 점이 PER 멀티플에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미래에도 독점 구도가 유지된다면, 현재의 Value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업이익률이 50% 이상이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독점이라는 점은 ASML (적용 PER: 약 x33~38)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은 Value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단, 시장이 커질수록 이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예스티와의 소송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고온 어닐링 장비를 개발하던 업체들의 개발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2017년 HPSP를 인수했고, 2018년 매출은 약 24억 원이었는데, 2023년 매출은 약 1,791억 원이었다. (PE가 아니라 거의 VC 투자여도 말이 안 되는 매출 상승 곡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레센도 측이 원하는 지분 가치는 약 2조 원이고, 투자 당시 지분의 가치는 약 100억 원이라는 기사를 감안하면 약 200배의 멀티플이다. [6] 10배 딜을 의미하는 텐배거도 대단하다고 박수치는데, 100억을 넣어서 200배의 수익이 난다는 건 정말 정말 엄청나고 부럽다. 크레센도가 투자한 회사는 HPSP 이외에도 한미반도체, 엔씨켐 등 유명한 반도체 회사들도 있는데, 조만간 크레센도와 그 포트사에 대해서도 한 번 리뷰할 예정이다.
딜이 클로징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에 인수가격이 얼마가 될지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해당 인수가격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수주 잔고나 진행 중인 계약 파이프라인 등에 따라 달라질 것 같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딜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사업보고서도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 나름대로의 분석도 해볼 예정이다. 사모펀드에서 인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의 가치를 올려야 성공적인 Exit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몇 년 동안 산업은 어떻게 바뀌고, PE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밸류업을 시킬지도 공부해 볼 예정이다.
<이 포스팅은 투자권유 등이 아니며, 증권신고서를 읽고 혼자 스터디하면서 쓴 글입니다.>
- 투자는 개인의 판단이며,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ference
[1] 스카이레이크PE, '최소 1조' HPSP 인수 추진 - 딜사이트
스카이레이크PE, '최소 1조' HPSP 인수 추진 - 딜사이트
'1조2000억' 12호 블라인드펀드 활용, 내주 예비입찰 참여
dealsite.co.kr
[2] 매서운 마이크론, 설비투자도 SK하이닉스와 어깨 나란히 -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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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이 올해 SK하이닉스와 맞먹는 설비투자(CAPEX)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이 선발주자들과 비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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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스티, '고압 수소어닐링 장비' 공급 9부능선 넘겼다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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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 HPSP의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섰다. HPSP의 기업가치는 조 단위로 예상돼 올해 하반기 주요 빅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ww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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