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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투자 철학과 고민]투자 및 기업분석 2025. 3. 2. 10:49
이번 글에서는 평소에 고민하던 개인적인 투자철학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거창하게 철학이라 표현했지만, 어떤 Logic으로 Deal을 찾거나 검토를 하고, 투심과정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하우스 특성상 Pre-A 단계 이후의 기업을 주로 검토하는데, 초기 딜을 볼 때와 Pre-IPO 딜을 볼 때는 다른 관점에서 검토를 한다. 초기 딜에서는 '뾰족한 한 방이 있는 아이템과 인력 구성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Pre-IPO는 재무/수주잔고 및 Value를 중점적으로 보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딜에 대해서 '시장', '사람', '기술'에 대한 평가를 한다. 기업의 영업적인 상황, Termsheet 등에 따라서 좋은 딜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끌리는 업체는 '해외 사업 경쟁력이 있고'과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 방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한 업체다.
첫 번째 '해외 사업 경쟁력'에 대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적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해외 기업들이 개발한 아이템을 '국산화'했다는 딜은 크게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몇몇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점을 일부 개량하여 국산화하였고, 국내 기업 및 소비자들에 맞는 Customize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점과 매출 확보 가능성을 어필한다. 이런 아이템은 초기 매출 확보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국내 사업만으로는 업사이드가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산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장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나 해외 업체가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을 했을 때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출만한 아이템과 인력 구성인 업체를 찾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체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플립을 했다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출이 확보되지 않는 단계에서 국내 VC에게 투자를 받지 못해 (주목적 투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지는 회사들은 투자를 위한 역플립도 많이 하는 것 같다. 해외 매출이 발생하는지나 수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는지를 보고 투자한다면 조금 더 확실하지만, 해외 매출이 발생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Value가 높다. 해외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해외 사업을 계획하는 업체에 투자할 때는 주요 아이템, 인력 구성과 해외 사업 계획을 들어보고, 핵심 기술을 담은 논문을 직접 읽어보는 편이다. 논문 내용만으로는 상용화가 어느 정도 단계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인 허들이 어느 포인트인지와 경쟁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동향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해외 매출이 나올 수 있을지는 배팅의 영역이지만, 게임판 (수주 계약)이 어떤 룰 (기술력, 경쟁사, 가격 등)로 돌아가는지를 파악해야 배팅 확률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직관적인 한 방이 있는 딜인가'는 위에서 말한 배팅이 성공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큰 딜이 좋다는 의미다. 당연한 얘기지만, 배팅에서 이겨도 '대박'이 아니라 '소박'이나 '중박'정도에 그치는 딜이라면 손이 잘 안 나가는 편이다. 이는 회사에서 처음에 제시한 Problem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있으면 좋다' 정도의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수요처가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져서, 마진도 낮고, 성장 속도도 느리다. 따라서, 큰 문제를 해결하려는 업체에 매력을 느끼고,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그다음에 뜯어볼 문제다. 즉, 빠르게 바뀌는 기술과 트렌드에서 넘어가야 할 큰 허들이 있고, 이 허들을 넘을 수 있다면 대박을 낼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팀과 기술력이 준비되었다는 주장을 직관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 업체에 투자하려고 한다.
단,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계획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Smooth 하게 넘길 수 있는 Plan B는 항상 준비하고 있는가도 하나의 고민 포인트다.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추가 사업 (e.g., SI 서비스)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추가 펀딩을 위한 비전 제시가 가능한가 등 대표의 사업 역량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추가 사업에 자원을 많이 쓰면 '한 방'이 실현되는 타이밍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과 투자의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
Conclusion
업체를 소싱하다보면, 해외 매출 가능성이 있는 한 방, Plan B에 대한 준비, 탄탄한 재무가 절묘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사람', '기술', '시장'이 다 긍정적이면서, 밸류도 낮은 소위 말하는 꽉 찬 육각형 업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소개팅을 하면 사람마다 취향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현재의 재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 향후 2~3년 내의 수주 리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기술력이나 해외 사업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 등 각자의 균형점은 다르다. 나는 Value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해외 사업 확장 가능성'과 '한 방이 있는 딜인가'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업체를 검토하는 편이며,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한다면, 계획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추가 펀딩이 가능하고, 언젠가 '한 방'이 실현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Value가 너무 높지 않다면)
최근에는 적정 Value 내에서 이런 업체도 찾기가 몹시 어려운데, 어떤 방식의 투자를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주로 주목적 분야 내에서 검토를 했기 때문에, 조금은 우선순위에서 미뤄놨던 해외 플립 업체들도 수익성을 위해 비목적으로라도 투자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작년에 해외 플립 업체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외 플립이 해외 사업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으며, 해외 向 영업 파이프라인이 많은 업체들을 주로 소싱하고 있다. 또 하나는 국내 글로벌 업체들의 벤더 중에 Reference로 쌓고, 해외 확장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열심히 소싱 중이다. 기존에는 Top-down으로 업체를 많이 찾았는데, 네트워클 많이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같이 검토하면 좋을 것 같은 업체 있으면, 커피챗이나 연락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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